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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조기구입니다

저에게는 자동자 디자이너를 꿈꾸는 19살 친구가 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친구는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입니다. 퇴행성 근육병을 앓다 보니 손과 발을 움직이는 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친구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누워서 노트북을 이용해 사이버 학교 수업을 들으며 매일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어요. 저는 그런 제 친구에게 ‘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인테그라마우스: 대롱 부분을 입술로 살짝 문 뒤 ‘호’ 불어주면 오른쪽, ‘습’ 빨아들이면 왼쪽 마우스 클릭이 됩니다.

사람들은 저를 주로 전통 휠체어나 책상에 설치하는데, 이동이 자유로워 어디든 설치가 가능합니다.

누워서 생활하는 제 친구는 노트북 거치대에 저를 설치해 사용합니다. 노트북 거치대에 설치된 저의 몸 중 빨대처럼 생긴 대롱을 입술로 살짝 문 뒤 혀를 이용하거나 공기를 불어 넣으면 저와 연결된 노트북의 마우스 커서가 움직여요.

‘호’하고 대롱을 불면 오른쪽 클릭이, ‘습’ 빨아들이면 왼쪽 클릭이 가능합니다. ‘흡흡’하고 두 번 빨아들이면 더블 클릭이 됩니다. 저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은 작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인테그라마우스 시범 사용 모습

출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제 친구 역시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저를 이용해 노트북 곳곳을 헤집고 다닌답니다.

이제 제가 누구인지 알아챘나요? 저는 거동이 불편한 친구들을 위해 존재하는 학습용 보조기구 ‘인테그라마우스’입니다.

나는 학습용 보조기구 ‘인테그라마우스’입니다.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제 친구처럼 저를 필요로 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저는 400만원이 넘는 고가라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요.

그런 친구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저를 선물한 것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명보험재단)이에요. 생명보험재단은 제 친구처럼 학습용 보조기구가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돕기 위해 5년째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어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보조공학서비스센터 강용원 팀장(왼쪽)과 배종훈(오른쪽) 씨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보조공학서비스센터에서는 학업 중인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선정해 저와 같은 학습용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습용 보조기구 지원뿐 아니라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학습용 보조기구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서울시보조공학서비스센터에서 각 가정에 방문해 사용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합니다.

그럼 이제 또 다른 학습용 보조기구를 만나볼까요.

 

제 몸 받침대에 책을 놓아주세요

저는 저시력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들에게 ‘눈’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제 몸은 책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와 책의 내용을 확대해 보여주는 LCD 모니터로 이뤄져 있어요. 몸집이 커 휴대하기는 어렵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랍니다.

제 받침대에 읽을 책을 놓은 후 LCD 모니터 하단 가운데 있는 동그란 버튼을 돌리면 최대 58배의 크기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58배로 확대했다고 화질이 좋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시각장애 친구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높은 해상도를 유지하니까요.

학습용 보조기구 ‘머린 LCD’

제 받침대는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 굳이 책을 움직이지 않아도 받침대만으로 읽고 싶은 부분을 손쉽게 확대할 수 있답니다. 제 몸 오른쪽에 ‘MODE’버튼을 누르면 모니터화면의 색깔을 바꿀 수 있어요. 색약이나 색맹이 있는 친구들을 위해 컬러, 흑백, 고 대비 흑백, 역상 등 4가지 보기가 가능하답니다.

친구들은 저를 ‘머린 LCD’라고 부릅니다.

LCD 모니터 하단의 가운데 동그란 버튼을 돌리면 최대 58배 확대가 가능하다.

일어일문과에 재학 중이던 제 친구는 시력이 점점 나빠져 결국 휴학을 했습니다. 취업을 위해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지만 책을 보기가 힘들었죠. 제가 꼭 필요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사용하기 위해 제가 비치된 도서관을 매일같이 찾았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면 제가 없어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죠. 이 친구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서울시보조공학서비스센터에서 저를 그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몸이 아프다고 해서 꿈이 없지는 않습니다. 판사가 되기 위해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려는 친구, 프로그래머가 꿈인 친구 등 꿈도 목표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앓고 있는 병이나 장애에 따라 적합한 학습용 보조기구를 지원받아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저와 같은 학습용 보조기구 23종 64개가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 곁으로 보내졌습니다. 앞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저와 같은 보조기구가 더 많이 지원돼 그들이 꿈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꿈을 응원하는 우리는 ‘보조기구’입니다.

 

원문: 이로운넷

글: 정혜선 이로운넷 리포터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학습을 돕는 이로운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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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학습을 돕는 이로운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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